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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악당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까? – 영화 속 클래식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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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공감왜 악당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까?

얼마 전 담당자분과 업무 관련 메일을 주고 받다가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왜 영화 속 악당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걸까요?”

그러게요.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죠? 왜 악당은 그렇게나 자주 클래식 음악을 뒤에 깔고 뭔가를 하는 걸까요? 

그 점이 심히 궁금하니 오늘은 영화가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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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zart : Symphony No.25 In G Minor, K. 173dB (K.183) USE KV183/Y25 - Allegro Con Brio Wiener Philharmoniker
| Mozart: Symphonies Nos.25 & 29 / Clarinet Conc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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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작중인물이 클래식 애호가가 아닌 이상에야 영화 속 인물 대부분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습니다. 인물의 행위를 관장하는 연출은 대개 등장인물도 모르게 화면 뒤로 클래식 음악을 깔아버리니 말입니다. 


이렇게 연출들이 클래식 음악을 찾아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쉽게 감정적이지 않을 뿐더러 중립도 잘 지킵니다. 클래식 음악이 이렇게 무성의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연출자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게 됩니다. 


아래 정리한 사례를 통해 영화 속 클래식을 더 들어봅시다.

#1클래식 음악이 깔리면 악행도 우스워진다. - <기생충>

클래식 음악이 깔리면 악행도 우스워진다. - <기생충>
출처 : 네이버 영화

클래식 음악은 작중 등장인물의 행위를 아무런 감정 없이 깔끔하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극중 악당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와중 바로크 음악이 뒤로 깔릴 때 관객은 어떤 공포도 없이 그 장면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피가 아무리 많이 터져도, 극도의 분노나 공포가 화면에 휘몰아쳐도 클래식 음악이 뒤에 깔리면 그 모든 아수라장이 음악으로 깨끗이 씻겨 나갑니다. 의외로 슬픈 장면에서 슬픈 클래식 음악이 깔리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감정을 이중 설명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소프라노 시모네 케르메스 © Harald Hoffmann / 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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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andel : Rodelinda / Act 2 - Spietati, io vi giurai (영화 기생충 삽입곡) Il Complesso Barocco & Alan Curtis & Simone Kermes
| Handel : Rodeli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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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영화

같은 맥락에서 바로크 음악은 작중 상황을 별 일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저번 주말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고 왔는데요, <기생충>은 클래식 음악 사용이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이 적절한 지점에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에 등장하는 아리아 <내 사랑은 오직 아들을 위한 것, spietati, io vi guirai>을 배경음악으로 깔아 버릴 때 화면은 다양한 각도로 상황을 조망합니다.


범죄자들에게는 완벽범죄를 예견하고 영문도 모른 채 그 상황을 영문도 모르게 맞이하는 상대방에게는 조롱처럼 울리는 것이지요.

#2작중 인물이 클래식을 좋아하면 그 사람을 의심하라 - <쇼생크 탈출>

작중 인물이 클래식을 좋아하면 그 사람을 의심하라 - <쇼생크 탈출>
출처: 네이버영화

클래식 음악의 순수함을 잘 써먹는 인물도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교도소에서 느닷없이 클래식 음반을 틀어버립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삽입된 <Che Soave Zeffiretto>, 흔히 편지의 이중창이라고 하는 아리아가 교도소 전체로 흘러 퍼질 때 수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클래식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 Klaus Zimmermann / 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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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zart : Le Nozze Di Figaro, K.492 / Act 3 - 'Che Soave Zeffiretto' Edith Mathis
| Mozart: Le Nozze Di Figaro - 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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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광경을 본 관객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교도소에도 이렇게 자유가 피어나는구나’ 라고요. 하지만 상당히 삐딱한 저는 주인공이 순전히 자기 자신을 다독이기 위해 음악을 틀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교도소에서 일구었던 그간의 노고를 모차르트의 음악을 통해 치하(?)하는 것이죠. 그런 주인공을 보고 교도관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놈은 모차르트를 좋아하는군. 그러니 아주 성실하게 복역하겠어.’ 물론 주인공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3클래식 음악을 위한 영화도 있다 - <밀회>

이렇게 정리해보니 보니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은 기만의 도구처럼 사용되는 듯 합니다. 누군가는 클래식 음악의 순수함을 빌어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클래식 음악의 순수함을 믿은 사람들은 배신 당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영화도 많습니다. 음악가들을 다룬 영화들, <샤인>이나 <피아니스트>, <아마데우스>같은 작품은 클래식 음악을 정성스럽게 다루는 영화입니다. 

이런 작품들에 깔리는 클래식 음악은 그야말로 음악 그 자체로 받아 들일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5년작 영화 <밀회>는 보다 다른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사용합니다. 이 영화에는 별도의 영화음악이 없습니다. 대신 시종일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깔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중에 음악가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사랑으로 고민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야말로 영화에 철썩 달라붙어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거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위한 뮤직비디오라 해도 될 정도로요.
다닐 트리포노프 © Dario Acosta_DG

P. S. 말년에 헐리우드 근처에 살았던 라흐마니노프는 생전에 영화음악을 작곡해달라는 요청을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대한 체구만큼이나 예민했던 작곡가는 좀처럼 그럴 생각이 없었고, 결국 그의 사후에나 헐리우드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쓸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아쉽습니다. 


영화음악가 라흐마니노프도 꽤 잘 어울리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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