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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악서총람 #10 - 모타운(Motown), 젊은 미국의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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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운(Motown)
젊은 미국의 사운드


애덤 화이트, 바니 에일스 지음 | 이규탁, 김두완 옮김 | 스코어(score) | 2017년 04월 30일 출간 | 404P

미국의 역사가 이민의 역사이듯 디트로이트 역시 20세기 초반까지 온갖 인종의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도시의 인종적 성격을 확실히 뒤바꾸어 놓은 것은 1910년부터 1920년 사이 남부에서 대거 이주한 미국 흑인들이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은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했고, 특히 포드 자동차가 인종적 차별 없이 제공했던 최소임금 5달러 정책은 남부 출신 흑인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디트로이트 인구는 1920년에서 1950년 사이 무려 두 배나 늘어난 180만 명이 되었고, 이중에 30%가 흑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디트로이트는 전 세계 자동차의 50%를 생산했다.

디트로이트는 연예 산업이 자라기 좋을 만큼 두둑한 지갑을 가진 잠재 고객이 많은데다가, 밀집한 흑인은 그 자체로 음악적 자산이었다. 하므로 미국 대중음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모타운 레코드(MOTOWN RECORD)가 이곳에서 탄생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은 완전히 파산한 상태이지만(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한 자리 숫자를 겨우 지키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별칭인 ‘Motortown City'에서 이름을 따온 모타운에서 만든 음악은 지구를 24시간 동안 감싸고 있다.

애덤 화이트와 바니 에일스가 함께 쓴『모타운』(스코어,2017)은 지금까지 독자가 읽었던 앞서의 두 문단을 이렇게 요약한다. “자동차가 디트로이트의 첫 번째 이야깃거리고 파산이 세 번째라면, 두 번째는 음악이다.” ‘젊은 미국의 사운드’라는 부제를 가진『모타운』은 첫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닌, 바로 두 번째 이야기에 집중한다.

팝 팬 가운데 모타운에서 나온 음반이나 모타운 소속 가수를 꼽아보라면 머뭇거리며 말하지 못할 사람도 많다. 하지만 미러클스 ․ 포 탑스 ․ 템테이션스 ․ 다이내나 로스 앤 더 슈프림스 ․ 마빈 게이 ․ 스티비 원더 ․ 잭슨 파이브 ․ 마이클 잭슨 ․ 코모도어스 ․ 스모키 로빈슨 등 대부분의 미국 흑인 대중 뮤지션들이 모타운에서 한 솥밥을 먹었다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소속 가수만 나열하게 되면 그저 잘 나갔던 레코드 회사였다는 정도로만 모타운을 기억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모타운은 단순한 음반사가 아니다. 이 회사가 주도한 음악은 ‘모타운 사운드(Motown Sound)’라는 또 하나의 대중음악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 말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은 로이 셔커의『대중 음악 사전』(한나래,1999)을 보면 된다. 이 사전에는 ‘음반 회사’라는 항목이 있을 뿐, 어느 레코드 회사도 별개의 항목을 부여받지 못했다. 단 하나의 유일한 예외가 ‘모타운’으로, 이 회사만 독립된 항목으로 사전 속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모타운은 베리 고디가 1959년에 디트로이트에 세운 흑인 음악 회사다. ‘모타운 사운드’는 둥둥거리는(pounding) 비트, 강력한 베이스 라인, 키보드와 기타의 훅, 게토의 억양을 없앤 보컬을 가졌다. 이는 고디가 의도적으로 백인 크로스오버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모타운은 뮤지션, 송라이터, 프로듀서, 세션 연주자의 팀 작업을 통해 음반을 만들었다. 여기서 고디는 감독과 조정을 담당했다. 모타운은 애틀랜틱(Atlantic)과 스택스(Stax) 레이블의 아티스트와 관련된 음악인 소울의 보다 부드럽고 상업적인 판본을 대표했다. 모타운은 1988년 MCA에 매각되었다.”

모타운 창립자 베리 고디는 군 복무를 마친 1953년 무렵 재즈 음악을 취급하는 음반 가게를 열었다가 블루스와 R&B를 원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읽지 못해 사업이 망했다. 그 뒤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공원으로 일하면서 음반 산업계를 곁눈질 하던 그는 스물아홉 살 때 모타운 레코드를 설립하고, 1961년에는 영업 부문을 맡아 모타운을 함께 일굴 스물여섯 살 난 이탈리아계 백인 바니 에일스를 영입하게 된다. 흑인 사장과 백인 부사장 조합은 모타운이 생겨날 무렵의 음반 산업계가 백인 일색이었다는 고충을 암시해 준다. “리듬앤블루스와 로큰롤 사이의 인종적 경계는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음악 산업의 영향력 있는 중개인들은 여전히 대부분 백인이었다.

고디는 이 때문에 음반 업계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인종에 구애 받지 말아야 하다는 사실”을 명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스물네 살 때부터 디트로이트의 대형 음반사 지부가 서로 탈취하려고 했던 에일스의 능력이 폄하될 수는 없다. 오히려 흑인과 백인 간부로 이루어진 모타운의 인적구성은, ‘크로스오버’라는 음악적 표준을 제시한 모타운의 음악적 원칙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고디는 모타운을 “흑인들의 기준을 버리지 않은 채 백인적인 요소를 결합한 첫 번째 기업”으로 만들고자 한 동시에, 이런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나는 흑인들에게 너무나 백인 같은 존재였고, 백인들에게는 너무나 흑인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나는 흑인에게도 백인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내가 항상 관심을 가진 건 좋은 음악, 즉 우리 삶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 음악이었다.”

모타운이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준 것은 1960년대 초 영국에서 만들어진 모타운 팬클럽이다. 수백 명의 회원을 가진 런던의 모타운 팬클럽은 마치 오늘날의 팬덤 모타운의 음악을 찬양하고 선전했다. 이 회원 중에는 더스티 스프링필드도 있었고, 가명으로 가입한 믹 재거도 있었다. 열성적인 모타운 팬 가운데 최대의 후원자는 비틀즈였다. “우리한테 최고의 홍보담당자나 다름없던 비틀즈는 가는 곳마다 우리의 음반과 아티스트를 언급해줬다.” 비틀즈가 나서기 전에 백인 십대들 특히 소녀들은 전통적인 블루스 가수들이 노래한 흑인 음악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국 소년 넷이 중립적인 이미지를 퍼뜨리고 그게 자리를 잡으면서 괜찮아졌다.” 비틀즈의 지지효과는 엄청났다.

앞서 베리 고디는 “내가 항상 관심을 가진 건 좋은 음악”이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모타운을 통해 흑인 민권운동과 흑인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 모타운이 창립되기 불과 몇 년 전인 1955년 ‘몽고메리 버스 안타기 운동’으로 촉발된 흑인 민권운동은 모타운이 설립되고난 1961년, 남부의 인종차별에 항거하는 자유 행진(Freedom Riders)으로 절정을 치달았다. 모타운은 1963년 6월 23일 디트로이트 자유 집회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행한 연설을 음반으로 만든 것을 시작으로, 흑인의 자긍심과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블랙 포럼(Black Forum)이라는 비음악 전문 음반 자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모타운은 1972년 로스젤레스로 이전하면서 디트로이트와 무관한 음반사가 되었지만, 모타운 사운드는 흑인의 감성과 백인 취향과 뒤섞은 가장 대중적인 크로스오버의 모범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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