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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힙합 프로듀서 시로스카이의 새 EP [The Seed] 앨범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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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3년 만의 앨범이네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셨나요? 그 사이에 싱글이라도 내셨어야죠."


내 공백의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어 그냥 미소 짓고 말았다.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게. 어쩌다 3년이나 걸렸던 걸까? 소속사로부터 독립하고 정규앨범 1집을 성공적으로 발매한 이후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다.


나는 그사이에 30대가 되었고, 첫 새 작업실이 생겼고, 첫 해외 공연을 나갔고, 첫 강의를 시작했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뭐, 앨범을 작업하지 않아도 음악은 계속 해나갈 수 있었다. 광고음악이라든지, 행사라든지 일에 몰입하면 인디펜던트 형태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이태원의 작업실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나는 작업실에만 있으면 되니 엄마의 부재로 무겁고 삭막해진 집 안 공기와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동료들 사이에서는 얼마를 모으면 차트 1위를 할 수 있다느니, 누가 행사로 얼마를 벌었다느니, 이제 더 이상 5트랙 이상의 앨범을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느니 등의 이야기가 소문처럼 맴돌았다. 그럴 때마다 '아, 20대의 창작과 30대의 창작은 정말 많이 다른 거구나.' 라며 나는 생각했고, 강의를 하지 않을 때에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악곡을 하릴없이 스케치하다 버리거나 한강 잠수교에 나가 별자리를 보며 운명이라는 것은 정말 있는가? 없는가? 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곤 했다. 어차피 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SNS를 통해 다이렉트 메시지가 왔다.


'시로스카이님, 새 앨범이 좋지 않아도 멋지지 않아도 계속 응원하고 좋아할 테니, 부담갖지 말고 새 앨범을 작업해주세요."


그저 내 음악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는 이유로, 8년 전부터 계속 응원해주셨던 팬의 메시지.
나는 앨범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자료제공 : 포크라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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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t Me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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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ITLE Closer (Feat. HAKI)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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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Girls On Film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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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현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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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jo Blanco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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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ITLE Feel Inside (Feat. RIPLEY)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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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Beat 1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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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Aqua (Feat. NJ)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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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Feel Inside (Inst.) 시로스카이 (Shirosky)
| 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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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우사단길에 새로운 작업실을 찾고 계약하다.

다시 앨범 작업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후, 나는 집 가까운 곳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싶었다.
마음껏 밤샘 작업도 할 수 있고, 걸어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의 작업실이 필요했다.
나는 우사단로에 있는 반지하 월세 집을 찾아 계약하였다. 내가 가진 첫 단독 작업실이었다.


내가 새로 구한 작업실은 운이 좋게도 이전 작업실보다 규모가 넓었고 방도 하나 더 있었다.

작업실을 구하던 날 (처음 작업실)


하지만 내가 인테리어 감이 없어서 그런지, 사진을 SNS에 찍어 올리자마자 많은 친구들과 팬분들이 '목욕탕' , '거대한 화장실' 같다며 웃으셨다. 나는 벽지를 암막커튼 등으로 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업실을 구하던 날 (지금 작업실)

2017년 10월Yannick Candin을 만나다.

야닉은 레위니옹 섬 출신의 판화 아티스트로, 평소 내 노래를 좋아했던 야닉이, 2012년 영국에서 발매한 [Adaptation] 앨범에 팬 아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인종도 언어도 다르고, 심지어 얼굴도 몰랐지만, 5년이 넘도록 예술과 사는 이야기를 하며 교류해왔고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다. 야닉은 투병생활을 하시던 엄마를 위해서 판화를 만들어 보내주기도 하였는데, 그때 엄마가 기뻐하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판화를 만드는 야닉칸딘

우리가 만들어본 판화들

나의 첫 판화


야닉은 대만의 렁쓰 작가님, 임경진 작가님과 함께 2017년 직접 나를 만나러 서울로 와주었고, 우리는 종이와 물감을 사서 한강에서 판화작업을 하며 놀았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 해보는 판화작업이었다. 우리는 예전에 작업해두었던 곡을 가지고 "Under The Same Sky"라는 작품을 만들어 공개했고, 나는 야닉에게 엄마가 생전에 아끼셨던 먹과 종이를 선물하였다. 우리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모두 꾹 참으며 웃었다.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

웃고있는 우리들

2017년 11월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다. 용감하게 앨범을 엎다.

자전거는 어렸을 때 엄마에게 배우다 넘어져 다친 이후로 태어나 단 한 번도 제대로 타지 못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란 나에겐 '미적분 풀기', '미국 뉴스 영어 전부 다 알아 들어보기' 같이 너무 어렵고, 두렵고, 평생 시도하지 않을 영역 중의 하나.

나의 첫 자전거


하지만 그래도 자전거 타기에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두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극복해보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가르쳐주시다 실패한 자전거 타기를 직접 내 힘으로 완성해보고 싶었다. 그 결과 동네 친구였던 조현정 작가님의 도움을 받아 따릉이로 하루 만에 첫 페달을 밟았고 이틀 만에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두려움은 어쩌면 그저 상상 속의 감정일 것이다.


나는 자전거로부터 용기를 얻어 그동안 작업해왔던 앨범의 곡 작업을 엎었다. 내가 버린 곡은 50트랙이 넘었으나, 각자 겉돌았고 올드했고, 이전의 작법에 비해 발전한 부분이 없었다. 두려웠지만 나는 분명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업실 턴테이블

2018년 1월졸리브이가 작업실 메이트로 들어오다!

졸리브이가 작업실 메이트로 들어오다!

작업실에 들어온 진경이


새해가 되어 졸리브이 진경이가 내 작업실 메이트가 되었다. 그 동안 텅 비어져 있었던 옆 방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졸리브이가 들어온 것이다. 진경이가 들어오게 되면서 작업실은 더 깔끔해지고 향기가 났고, 따뜻해졌고 복작복작 거렸다. 내가 키우던 강아지 쿠키는 진경이를 좋아해서, 진경이에게 자주 안겨있었고 진경이의 샌들을 모두 뜯어놓기도 했다.

졸리브이에게 안겨있는 쿠키


나는 작업이 잘 되지 않을때마다 진경이와 음악이야기도 하고, 힙합 이야기도 하고, 진경이가 루프 스테이션으로 새로 만든 음악을 들었다. 보광동에만 있는 맛있는 새우 카레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작업실 친구가 생겨서, 그게 진경이어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진경이의 격려와 응원속에서 나는 3곡의 곡을 연달아 만들었다.

2018년 2월페니오라버니께서 코치가 되어주시다!

페니오라버니께서 코치가 되어주시다!

2018년 페니오빠 작업실에서 나


페니 오라버니께서 매주 한 곡씩 새롭게 곡을 만들어오고 편곡 해오라는 미션을 주셨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오라버니께서 함께 채워주시겠다는 말과 함께 '너 스스로를 못 믿겠으면 나를 믿어'라고 하셨다.


나보다 내 음악을 더 잘 아시는 오빠는 내 성격도 너무나도 잘 알아서, 내가 유독 이번 앨범 작업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간파하고 계셨다. 오빠가 직접 코치가 되어 내가 앨범을 모두 완성할 때까지 도와주시겠다고 자원해주시면서, 나는 한결 더 안정감을 느꼈다.

2018년 4월열심히 일을 하며 앨범 작업을 하다!

열심히 일을 하며 앨범 작업을 하다!

상상마당에서 강의 중인 나


나는 광고음악작업과 강의, 공연, 그리고 아트 퍼실리테이터 일들로 수익을 얻어 작업실을 운영해왔다. 음악을 만드는 것, 가르치는 것, 연주를 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 예술 행정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 모두 조금씩 갈래는 달랐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모두 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었다. 어차피 음원이나 저작권료로 많은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것은 나 말고도 다른 인디펜던트 뮤지션들 모두가 비슷비슷했다. 나는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작업실에 들어가서 앨범 작업을 했고,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에는 공연 혹은 강의를 하거나 남은 업무들을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몇 개월간 휴일 없이 일하기가 일쑤였다.

팬분께서 찍어주신 켄이치로니시하라 내한 공연 사진


하지만 나는 수강생들, 다른 분야의 작가님들, 오케스트라, 밴드동호회, 지방자치센터, 문화공간운영자 등 그동안 내가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서울시민을 위한 예술활동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상상마당에서 진행한 강의활동을 통해 만난 수강생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서 나도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네이버 프로젝트 꽃 공연 사진

2018년 8월힘내라는 팬들의 메시지를 받고 타이틀 곡을 만들다!

힘내라는 팬들의 메시지를 받고 타이틀 곡을 만들다!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사진


2018년 여름이 되고 나의 공백기가 길어지자, 팬들은 나의 SNS를 통해 끊임없이 나를 격려하고, 심지어는 내가 얼마만큼 앨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체크해주시기 시작했다. 더 영감을 얻어야 한다며 영화 DVD를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DJ 소울스케이프의 믹스셋 CD를 선물해주시기도 했다.

푸가집 팀 사진


이제는 8년 지기 친구나 다름없는 팬분들을 위해 따뜻하고 편안한 에너지가 가득 담긴 음악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고 드럼 샘플들을 재가공하여 미디움 템포의 곡을 만들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밴드이자 후배인 '푸가집'의 이주연 양도 작업에 함께 해주었다. 이 곡은 리플리양의 목소리로 최종 완성되어 The Seed 앨범의 타이틀곡이 되었다.

2018년 10월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아 후배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다.

그렇게 바쁘게 음악과 일을 병행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면접장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음악을 한다고 하면, '너 저작권료는 얼마나 버니?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몇 명이니? 차트 몇 위니? 하트 수는 몇 개니?' 등의 질문들을 던지며 아티스트들을 표상적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지표들로만 아티스트들을 평가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메인스트림, 언더그라운드 할 것 없이 결국 모두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입니다.


'인디펜던트의 승리'를 보여주겠다는 그런 영웅의식은 저에겐 없습니다. 저도 저에게 맞는 소속사가 있으면 당연히 들어갈 거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동료들과 함께 계속 음악해 나가고, 세상 사람들에게도 좋고 건강한 컨텐츠를 만들면서 꼭 그 경쟁에서 이기지 않아도 창작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저도 그러한 시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나는 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앨범 제작비를 위한 기금이었다.
처음에는 앨범의 홍보를 위해, 이 기금으로 인지도가 많은 뮤지션을 피쳐링진으로 섭외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악을 하는 후배들과, 그간 너무나도 작은 페이를 받고 품앗이로 나를 도와줬던 동료들에게 페이를 더 보태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한 결정을 하자 마음이 편안하고 더 행복해졌다.

앨범 자켓을 작업하는 야닉

2018년 12월크루 언니들과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다.

나에게는 크루가 있다. Kream Factory. 힙합프로듀서 겸 디자이너인 URC(Urban Romantic City)언니와 보컬리스트 MINI언니, 그리고 내가 결성한 크림팩토리는 사실 음악 크루라기 보다는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 크루 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2015년부터 매년 조용한 테마의 파티 [The Vibes]를 개최하여 매진시켜왔고 재즈힙합, 로우파이 힙합을 기반으로 꾸준히 음악을 창작해왔다.


이번 프로필 사진은 URC언니와 MINI언니가 함께 촬영해주었다. 어떻게 해도 지울 수 없었던 목욕탕 스타일의 작업실 이미지가 느낌 있는 힙한 공간이 되었다.

프로필사진

2019년 1월최종 마스터링이 끝나다.

어느덧 동료 선후배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최종 녹음들이 마무리되었고, Yannick의 손에서 앨범 커버가 완성되었다. 페니 오라버니께서는 연말 연초의 휴일을 모두 다 반납하고 무려 6번이 넘는 수정을 하면서까지 믹스 마스터링을 마쳐주셨다. 나는 자료들을 모두 모아 작업물들을 한 개의 파일로 정리하였다. 1년 6개월 만의 음악 작업이 끝난 것이다


"오빠, 드디어 끝났네요..!!!"
"아니, 하얀아, 이제 시작이야. 앨범 활동을 해야지!"


페니오빠가 웃으셨다.

MUSIC VIDEOCloser (Feat. H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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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공백을 뛰어넘어야 하기에, 아직은 조금 얼떨떨하고 여전히 떨리고 앨범을 공개하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페니 오빠는 내가 이 슬럼프를 뚫고 다시 새 앨범을 내면, 앞으로 평생 음악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고 하셨다.


내 음악을 지켜준 소중한 팬들과 동료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새싹을 디자인 해 그린 머그컵과 기억하는 이름들을 카드에 적어 하나하나씩 우편으로. 앨범으로 얻을 수익들을 모두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되니, 단순 개인 음악사업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미친 짓이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진심을 전하고 싶다.


이제는 내가 더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싶어요! 우리 같이 재미있게 살아가요.


이번 앨범의 모토는 '창작에 대한 의지, 삶의 의지'이다. 내 사람들이 내 마음속에 심어 둔 씨앗과 빛과 별들을 소중하게 키워나가고 싶다. 창작이라는 것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히 기록되는 것, 창작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벌지 못하면 어떠랴, 차트 1위를 하지 못하면 어떠랴 단지 그 만으로도 소중한 것이다.


어느 날 엄마의 눈을 쏙 빼닮은 강아지가 아빠의 품에 안겨서 왔다.


강아지가 품으로 파고든다. 삶의 온기. 너무나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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